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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서는 남자친구와 약속했다. 대학 졸업식 날, 함께 구청에 가 혼인 신고를 하기로.
그녀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다. 외모도 중 상급에 속했고 4년 사귄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꽤 좋았다. 그래서 그녀는 국가에서 배정해 준 남편과 결혼해야 할 정도로 비참해 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약속 당일,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차이고 말았다.
구청 문밖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김이서는 이를 갈며 욕을 내뱉었다. "이 개 자식, 헤어질 거면 진작 말할 것이지, 하필 구청 앞에서 전화로 이별 통보를 하다니!"
'하루만 일찍 말해 주면 안돼!?' 그녀의 빼어난 미모라면 이렇게 현장에서 '뽑기' 로 남편을 고르는 이런 비참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다 못해 동기들 중에서 그럭저럭 괜찮은 놈을 골라 결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결국 뽑기라니? '뽑기' 로 잘생기고 성격도 다정한 가정적인 남자를 뽑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김이서는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컵라면을 사면 안에 젓가락이 없는 일이 허다했고 음료수를 사도 '한 병 더!'에 당첨되는 일은 절대 없었다. 복권을 사도 항상 '다음 기회에.' 라는 글만 수없이 봐 왔다. 그런데 '뽑기'로 십 몇억의 남자 중에서 남편을 뽑아야 한다니...
좋은 남자는커녕
상대가 가정 폭력만 안 하고, 담배 안 피고, 탈모 아니고, 못생기지만 않아도 감지덕지할 판이었다.
'뽑기' 마감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김이서는 입을 삐죽 내민 채 마지못해 구청 안으로 들어갔다.
심각한 인구 고령화 문제로 인해 정부는 혼인율과 출산율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만 22세 이상의 미혼 남녀는 의무적으로 결혼해야 하며, 대학생은 졸업 전까지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하기 싫다고? 매달 200만 원씩 부과되는 '싱글세'를 감당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결혼도, 세금 납부도 거부한 것도 모자라 국가가 정해주는 상대마저 거부한다? 그것도 가능은 했다. 다만 대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그 어떤 회사도 그 사람을 채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지...' 김이서의 경제력으로는 비싼 '싱글세'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졸업장도 따고 취직도 해야 했다. 결혼하기 싫다는 이유로 밥줄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구청 직원이 무표정한 얼굴로, 옆에서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하는 김이서를 재촉했다. "빨리 좀 하세요. 이제 곧 퇴근 시간이라고요!"
지금 뽑지 않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상대를 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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